잠잘 때 왜 몸은 안 움직일까? 꿈과 현실 사이의 안전핀!

혹시 꿈속에서 하늘을 훨훨 날거나,
꿈에서 싸워본적 없으세요?
그런데 만약 꿈속 행동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다행히 우리 몸엔 이런 위험을 막는 안전장치가 있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잠잘 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즉 꿈속 액션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우리 몸의 비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해요.

꿈과 현실 사이의 안전핀: 렘수면 무긴장증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특히 생생한 꿈을 꾸는 렘수면(REM sleep) 단계에서는
우리 뇌가 마치 깨어있을 때처럼
매우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지난번에 이야기했었죠?
시각, 운동, 감정,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들이
마치 한밤중의 축제처럼 활기를 띤다고요.

그런데 이렇게 뇌가 활발하게
“움직여라! 뛰어라! 날아라!” 하고
운동 명령을 내보내고 있는데도,
왜 우리 몸은 침대 위에서 얌전히 누워있을 수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렘수면 무긴장증(REM sleep atonia)’
이라는 놀라운 현상에 있어요.
‘아토니아(atonia)’는 근육의 긴장도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말 그대로 렘수면 중에는
우리 몸의 근육에서 힘이 쭉 빠져서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는 거예요.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나
호흡에 필요한 근육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일부 근육을 제외하고는,
팔다리를 비롯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수의근(우리가 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이 마비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몇몇 연구에 따르면,
이런 근육 이완은 뇌간의 특정 부위에서
조절된다고 알려져 있죠.

이 렘수면 무긴장증 덕분에
우리는 꿈속에서 아무리 격렬한 액션을 펼치더라도,
실제로는 침대 위에서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거랍니다.
마치 가상현실 게임을 할 때,
게임 속에서는 격렬하게 움직이지만
현실의 나는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 뇌가 스스로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안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비는 어떻게 일어날까? 뇌 속의 특별한 스위치

그렇다면 이 신기한 렘수면 무긴장증은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 뇌 속에는 이 마비 상태를 조절하는
특별한 ‘스위치’ 같은 메커니즘이 있다고 해요.

주로 뇌간(brainstem)이라고 불리는,
우리 뇌의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구조물들이
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특히 교뇌(pons)와 연수(medulla)라는 부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하는 거죠.

렘수면 단계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이 뇌간의 특정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면서
척수로 강력한 억제 신호를 내려보낸다고 해요.
이 신호는 운동 신경세포,
즉 우리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세포들이
뇌로부터 오는 운동 명령에 반응하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죠.
실제로 동물 실험을 통해
이 부위가 손상되면 렘수면 중에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어요.

마치 전화선 중간에서 신호를 차단해 버려서
전화벨이 울리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뇌에서 아무리 “움직여!” 하는 명령을 보내도,
이 억제 신호 때문에 근육은 그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게 되는 거죠.

이 과정에는 글리신(glycine)이나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같은
특정 신경전달물질들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물질들이 운동 신경세포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해요.
정말 우리 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화학적 조절을 통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던 거예요.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렘수면 무긴장증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죠.

안전장치가 고장 나면? 렘수면 행동장애와 가위눌림

하지만 이 정교한 렘수면 마비 시스템도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간혹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몇 가지 특이한 수면 관련 현상이나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예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렘수면 중에
근육 마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해요.
국제수면장애분류(ICSD)에도
정식으로 등재된 질환이죠.

예를 들어, 꿈에서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오면
실제로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해서
옆에서 자는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침대에서 떨어져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주로 나이가 많은 남성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고,
파킨슨병 같은 특정 신경 퇴행성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니,
혹시 주변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분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실제로 몇몇 연구에서는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들이
수년 내에 파킨슨병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어요.

반대로,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경험,
혹시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흔히 ‘가위눌림’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요,
의학적으로는 ‘수면 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하죠.
이것도 렘수면 마비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가위눌림은 의식은 돌아왔는데
렘수면 중의 근육 마비 상태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마치 뇌와 몸의 ‘싱크’가 잠깐 어긋난 상태랄까요.
몸은 아직 잠들어 있는데 뇌만 먼저 깨어난 거죠.
이때 뇌파는 각성 상태에 가깝지만,
근육은 여전히 렘수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거죠.

이때 사람들은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해요.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다행히 가위눌림은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저절로 풀리고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지만,
자주 반복된다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죠.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가위눌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해요.

잠자는 동안의 움직임, 모두 꿈 때문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우리가 잠자는 동안 뒤척이거나
잠꼬대를 하는 것도 전부
렘수면 마비가 풀려서 꿈을 따라 하는 걸까요?
그건 또 아니라고 해요.

사실 우리가 잠자는 동안 나타나는 움직임 중에는
렘수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잠에서 막 깨어날 때 뒤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비렘수면 중에도 ‘주기성 사지 운동증’처럼
다리를 주기적으로 움찔거리거나 차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수면 장애도 있다고 해요.
이런 움직임은 꿈과는 상관없이 발생하고,
오히려 깊은 잠을 방해해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네요.
이 경우,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드는
하지불안증후군과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또, 어린아이들이 흔히 겪는 ‘야경증(night terror)’이나
‘몽유병(sleepwalking)’ 같은 사건수면도
대부분 꿈을 꾸는 렘수면이 아니라
깊은 비렘수면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해요.
이때 아이들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거나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정작 다음 날 아침에는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이 역시 뇌가 부분적으로는 깨어있지만
완전히 각성하지는 않은,
특이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사건수면은 뇌 발달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있답니다.

이렇게 잠자는 동안 우리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때로는 움직이는 이유까지
정말 다양하고 복잡하죠?

렘수면이라는 특별한 시간 동안
우리 뇌가 만들어내는 꿈이라는 환상적인 경험을
우리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우리 몸 스스로가 이렇게 정교한
마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도 고맙게 느껴지네요.

만약 이 안전장치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매일 밤 침대 위에서
온갖 소동을 벌이며 잠들어야 했을지도 몰라요.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는 밤이겠죠?

다음 시간에는 이렇게 중요한 잠이
우리 몸과 마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놀라운 혜택들을 가져다주는지,
그 “잠의 슈퍼파워”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참고 자료)

  • Aserinsky, E., & Kleitman, N. (1953). Regularly occurring periods of eye motility, and concomitant phenomena, during sleep. Science.
  • Schenck, C. H. (2005). Paradox lost: REM sleep behavior disorder and the concept of neurodegenerative disease presented in dreams.
  • Brooks, P. L., & Peever, J. H. (2012). Identification of the transmitter and receptor mechanisms responsible for REM sleep paralysis. Journal of Neuroscience.
  •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2014).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sleep disorders – third edition (ICSD-3).
메디노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