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우리는 마치 스위치를 끄듯
잠이라는 다른 세계로 빠져들죠.
그런데 이 잠이라는 게 단순히
눈 감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가 잠든 동안 우리 뇌와 몸에서는
정말 놀랍고도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답니다!
마치 밤사이 우리 몸을 위한
특별한 작업이 진행되는 것처럼요.
이 과정들이 얼마나 정교한지 알면
정말 깜짝 놀라실 거예요.
잠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얕은 잠부터 깊은 잠, 그리고 꿈까지
우리가 “잠을 잔다”고 할 때,
사실 잠은 하나의 상태가 아니에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여러 단계를 오르내리는데요.
크게 보면 ‘렘수면(REM sleep)’과
‘비렘수면(Non-REM sleep)’이라는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어요.
이 두 가지 수면 상태는 뇌 활동 패턴이나
몸의 상태가 확연히 다르다고 해요.
비렘수면은 또 그 깊이에 따라
1단계부터 3단계로
(예전에는 연구자들에 따라
4단계까지 나누기도 했어요)
세분화된답니다.
각 단계마다 우리 몸과 뇌가
하는 역할도 조금씩 다르고요.
우리가 막 잠이 들기 시작할 때는
비렘수면 1단계로 들어가요.
이때는 아직 주변 소리도 좀 들리고,
누가 살짝 건드리면
금방 깰 수 있는 아주 얕은 잠 상태죠.
흔히 ‘선잠’이라고 부르는 상태와 비슷해요.
그러다 점점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면서
2단계를 거쳐 3단계,
즉 ‘서파수면’ 또는 ‘깊은 잠’이라고 불리는
단계에 이르게 돼요.
이때 우리 뇌파는 아주 느리고
규칙적인 파동을 그리는데,
그래서 ‘서파(slow-wave)’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뇌파 측정기로 보면 정말 느릿느릿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이 깊은 잠 단계에서는
웬만한 소리에도 잘 깨지 않고,
우리 몸의 피로가 풀리고
세포가 재생되는 등
중요한 회복 과정이 일어난다고 해요.
마치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우리 몸을 정비하는 시간 같죠?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비렘수면의 여러 단계를 거치고 나면,
드디어 ‘렘수면’ 단계가 찾아와요.
렘(REM)은 ‘Rapid Eye Movement’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 단계라는 뜻이에요.
1950년대에 유진 애서린스키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이라는
과학자들이 처음 발견해서 학계에 보고했었죠.
정말 신기하게도 이 단계에서는
우리 뇌파가 마치 깨어있을 때처럼
아주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해요!
그래서 ‘역설적 수면(paradoxical sleep)’
이라고도 불린답니다.
몸은 깊이 잠들어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어
꼼짝도 못 하는데,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는,
정말 역설적인 상태죠.
그리고 바로 이 렘수면 단계에서
우리는 생생하고 기묘한 ‘꿈’을 꾸게 되는 거예요.
마치 뇌가 우리만의 특별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 같달까요.
이 비렘수면과 렘수면은 하룻밤 동안
약 90분을 주기로 여러 번 반복된다고 해요.
마치 파도처럼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그리고 꿈을 꾸는 렘수면으로 넘실거리는 거죠.
이 주기는 수면 연구의 대가인
윌리엄 디멘트 박사 같은 분들이
정립한 개념이기도 해요.
흥미로운 점은 밤의 전반부에는
깊은 잠인 비렘수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새벽으로 갈수록 렘수면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거예요.
마치 밤새 우리 뇌가 서로 다른 종류의
중요한 작업들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 같죠?
이런 패턴 변화도 다 이유가 있겠죠.
잠든 뇌는 낮보다 더 바쁘다? 뇌파로 엿보는 잠의 비밀
“잠자는 동안 뇌는 쉬는 거 아니었어?”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사실 우리 뇌는 잠자는 동안에도
깨어있을 때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바쁘게 돌아간답니다!
과학자들은 ‘뇌파(EEG)’라는 것을 측정해서
우리가 잠든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냈어요.
뇌파는 우리 뇌세포들이 활동하면서
만들어내는 미세한 전기 신호인데요,
이걸 머리에 전극을 붙여서 기록하는 거죠.
병원에서 뇌 기능 검사할 때
머리에 잔뜩 뭘 붙이는 거 보신 적 있죠?
그게 바로 뇌파 검사랍니다.
우리가 활발하게 깨어있을 때는
뇌파가 아주 빠르고 불규칙하게 나타난대요.
베타파라고 불리는 이런 뇌파는
마치 시끄러운 시장처럼 다양한 생각과 정보들이
동시에 처리되는 모습을 반영하죠.
그러다 잠이 들기 시작하면
뇌파가 점점 느려지고
규칙적으로 변하기 시작해요.
알파파, 세타파를 거쳐서요.
특히 깊은 잠 단계(비렘수면 3단계)에 이르면
델타파라고 하는 아주 크고 느린 파동이
주를 이루는데, 이때 우리 뇌세포들은
마치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듯
동시에 활동한다고 해요.
이런 동기화된 활동은 뇌 전체에 걸쳐
정보를 전달하고 정리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여러 연구에서 이 서파수면이
기억 공고화에 핵심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렘수면 단계에 이르면
뇌파는 다시 깨어있을 때처럼
빠르고 불규칙하게 변해요!
마치 뇌가 갑자기 활발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역설적’이라고 하는 거고요.
실제로 MRI 같은 뇌 영상 장치로
렘수면 중인 뇌를 촬영해 보면,
시각, 운동, 감정,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들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요.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같은 부위가
활발해진다는 보고가 많죠.
반면에 이성적인 판단이나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 같은 영역은
오히려 활동이 줄어든다고 하니,
우리가 꿈속에서 비논리적이고
기이한 경험을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죠?
마치 이성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상상력이 자유롭게 뛰노는 것 같아요.
렘수면 중 몸이 마비되는 이유, 꿈속 액션을 막아라!
렘수면 중에 뇌는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왜 우리는 꿈에서처럼
실제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만약 꿈에서 하늘을 나는 장면이 나온다고
우리가 침대에서 뛰어내린다면
정말 큰일이겠죠!
다행히도 우리 몸에는 그런 위험한 상황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있답니다.
이 안전장치가 없었다면
인류는 아마 진작에 멸종했을지도 몰라요!
렘수면 단계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우리 뇌는 뇌줄기에서 척수로
특별한 신호를 보내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고 해요.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나
호흡에 필요한 근육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요.
이걸 ‘렘수면 무긴장증(REM sleep atonia)’
이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렘수면 중에는 근육에 힘이 쭉 빠져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저명한 수면 연구가인 앨런 홉슨 박사 같은 분들이
이 메커니즘에 대해 깊이 연구했었죠.
덕분에 우리는 꿈속에서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도
실제로는 침대 위에서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거예요.
정말 우리 몸은 신비롭지 않나요?
마치 꿈이라는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우리 몸 스스로 안전모드를 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마비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잠에서 막 깨어났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 ‘가위눌림’ 현상도
이 렘수면 마비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생기는 거라고 하네요.
의식은 돌아왔는데 몸은 아직
렘수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거죠.
반대로 렘수면 중에 이 마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꿈속 행동을 실제로 하는
‘렘수면 행동장애’라는
수면 장애도 있고요.
이런 경우에는 꿈에서 싸우다가
옆 사람을 때리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요.
동물들도 우리처럼 잠을 자고 꿈을 꿀까?
그렇다면 이런 복잡하고 신비로운 잠의 세계는
우리 인간에게만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은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잠을 연구해 왔다고 해요.
동물들의 수면 패턴을 연구하는 건
인간 수면의 진화적 기원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가 되거든요.
놀랍게도, 지금까지 연구된
거의 모든 동물들이
잠을 잔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제롬 시겔 박사 같은 분들의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나 조류는 물론이고,
파충류, 양서류, 어류,
심지어 벌이나 파리 같은 곤충들까지도
잠과 비슷한 휴식 상태를 보인다고 하네요.
물론 잠자는 모습이나 시간은
동물마다 정말 다양해요.
어떤 동물은 하루 종일
거의 잠만 자는가 하면 (예를 들어 박쥐!),
어떤 동물은 아주 짧은 시간만 자기도 하고
(기린 같은 초식동물들처럼요),
심지어 돌고래처럼 뇌의 절반씩
번갈아 자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동물도 있대요!
이걸 ‘반구수면’이라고 하는데,
한쪽 뇌가 자는 동안 다른 쪽 뇌는 깨어서
숨도 쉬고 경계도 선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적응이죠.
그렇다면 꿈은 어떨까요?
우리가 직접 물어볼 수는 없으니
확실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렘수면을 하는 동물들은 아마도
꿈을 꿀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특히 개나 고양이가 자면서
발을 까딱거리거나 잠꼬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몇몇 연구에서는
잠자는 동물의 뇌 활동을 관찰한 결과,
꿈을 꾸는 듯한 패턴을 확인하기도 했대요.
예를 들어, 쥐가 미로를 탐험한 뒤
잠을 잘 때 뇌 활동을 보면,
미로를 탐험할 때와 비슷한 패턴이
렘수면 중에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었어요.
마치 꿈속에서 미로를 다시 달리는 것처럼요.
이렇게 잠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생명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만큼 잠 속에는 우리가 아직 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과 기능들이 숨겨져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