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과 호르몬 놀라운 연결고리
“장 건강이 곧 전신 건강의 시작이다”
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몸속 작은 우주
바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연일 강조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은 미생물들이
단순히 음식물 소화를 돕는 것을 넘어
우리 몸 화학적 메신저인 ‘호르몬‘의
생성과 조절에까지 깊숙이 관여합니다.
심지어 우리 기분과 행동을 좌우하는
‘제2의 뇌‘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내 호르몬까지 지배한다고?”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오늘 이 글을 통해
장내 세균과 호르몬 균형 사이의
놀랍고도 긴밀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되실 것입니다.
어떻게 이 작은 거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비밀까지 살짝 엿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몸속 숨겨진 정원 마이크로바이옴의 신비
우리 장 속에는 무려 수백 조 마리에 달하는
다양한 종류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효모 등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총칭하여 ‘마이크로바이옴‘ 또는
‘장내 미생물총‘이라고 부릅니다.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무게는 약 2kg에 달하며
그 유전자 수는 인간의 유전자보다
100배 이상 많다고 하니 가히 우리 몸속에
또 하나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이 장내 세균들을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역할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이들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속속들이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미 수천 년 전 중국 연금술사 게홍은
아기들 대변으로 만든 ‘황금 수프’를
우울증이나 위장 질환 치료에 권했습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역시
아라비아반도 베두인족에게서 낙타 배설물로 만든 차를
질병 예방 음료로 대접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장과 그 내용물의 중요성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직감적으로 알려져 왔는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달로
장내 미생물의 정확한 구성과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제2의 뇌” 장 호르몬 교향곡의 숨은 지휘자
우리의 장이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소화 기능 때문만이 아닙니다.
장은 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방대한 신경망을 가지고 있습니다(장-뇌 연결축).
수많은 종류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거나
그 생산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호르몬 생산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약 90%가 바로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장내 세균은 이 세로토닌 합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합니다.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생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소화와 포만감에 관련된
중요한 장 호르몬들(GLP-1 CCK 등)의 분비를 조절하여
식욕과 체중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우리 장에서는 매일 맥주 2~3병에 해당하는
알코올이 생성되기도 한다니 작은 양조장을
뱃속에 품고 사는 셈입니다.
반대로 장내 세균은 때로는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
예를 들어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혈액에서
높게 나타나는 물질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우울감이나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는
키누레닌과 같은 호르몬 유사 물질입니다.
면역 체계의 훈련 교관 역할도 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 대부분은 소장에 위치하며
이곳에서 장내 세균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좋은 균’과 ‘나쁜 균’을 구별하는 법을 배웁니다.
즉 장내 세균은 우리 면역 체계의
정교한 훈련 교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 훈련이 잘못되면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의 정상적인 호르몬 공장
(예: 갑상선)을 공격하여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호르몬 수용체의 민감도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장내 세균은 각종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호르몬 수용체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데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장내 세균은 단순한 소화 조력자를 넘어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지휘하는
숨은 실력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내 세균 불균형 ‘디스바이오시스’의 경고
문제는 이 섬세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을 때 발생합니다.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득세하는 상태
이른바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는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에 연쇄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대 생활의 그림자 장내 세균 다양성 감소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장내 세균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항생제의 잦은 사용 가공식품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
과도한 스트레스 제왕절개 분만율 증가 등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서구식 식단을 접한 적이 없는
아마존 원주민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현대인보다 30%나 더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호르몬 불균형과 질병의 악순환
장내 세균 불균형은 다양한 호르몬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켜 다음과 같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및 당뇨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정 장내 세균의 변화는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려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만 및 대사 증후군과도 관련됩니다.
비만한 사람들은 장 운동이 느리고
특정 유해균이 많아 에너지 흡수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 건강과 갑상선 기능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장내 세균 불균형은 갑상선 호르몬 대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 및 수면 장애도 문제입니다.
장내 세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생성에 관여합니다.
시차 적응 시 장내 미생물 변화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여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기분 변화 및 정신 건강 문제와 연관됩니다.
장내 세균 불균형은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와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내 세균의 불균형은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무너뜨리고
다양한 질병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장 건강 회복 프로젝트 작은 영웅들 깨우기
그렇다면 이미 균형이 깨져버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회복하고
건강한 호르몬 균형을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우리 장내 세균들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뛰어납니다.
몇 가지 노력으로 얼마든지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식단 장내 유익균의 최고급 만찬
장내 세균의 종류와 비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입니다.
섬유질을 사랑해야 합니다.
채소 과일 통곡물에 풍부한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훌륭한 먹이가 되어
그들의 성장을 돕습니다.
발효 식품의 힘을 활용하십시오.
김치 된장 요구르트 낫토 템페와 같은
발효 식품에는 살아있는 유익균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공식품과 설탕은 멀리해야 합니다.
과도한 설탕과 가공식품은
장내 유해균을 증식시키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현명한 활용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유익균 자체를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을 의미합니다.
이들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장내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변 미생물 이식술(FMT) 미래의 치료법?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대변 미생물 이식술(FMT)은
특정 장 질환(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 등)
치료에 이미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거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장내 미생물총을
정상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아직 상업적인 치료로 일반화되기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입니다.
생활 습관 전반의 개선이 중요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 자제 등
건강한 생활 습관 전반이 장내 미생물 균형 유지에
중요합니다.
장내 세균과의 공생 건강한 호르몬 균형의 열쇠
우리의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닙니다.
수많은 미생물과 함께 살아 숨 쉬는
복잡하고 정교한 생태계이자
우리 몸의 호르몬 균형을 좌우하는 ‘제2의 뇌‘입니다.
이 작은 영웅들 장내 세균과의
건강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내 안의 작은 우주
마이크로바이옴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건강할 때 우리 몸의 호르몬 교향곡은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게 될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