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살찌는 이유 뇌 속 비밀
“나는 정말 물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인가 봐!”
다이어트를 해 본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억울한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남들보다 적게 먹는 듯한데도
체중계 바늘은 요지부동이거나
어렵게 살을 빼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는 요요 현상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의지력 부족이나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 때문일까요?
어쩌면 우리 몸속 특히 뇌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체중 조절 시스템
바로 ‘세트 포인트‘(set point)라는 개념을
이해하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몸의 보이지 않는 체중계 세트 포인트
혹시 집에 있는 온도 조절 장치를
떠올려 보실래요?
원하는 온도를 설정해두면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지거나 높아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조절해 줍니다.
놀랍게도 우리 몸에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바로 특정 체중 범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성
이것이 바로 ‘세트 포인트‘입니다.
마치 몸 안에 보이지 않는 체중계가 있어
설정된 값에서 벗어나려 하면
어떻게든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오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이 ‘세트 포인트‘ 때문에 다이어트가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체중을 감량하려 하면 우리 몸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합니다.
세트 포인트로 복귀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낮추거나 식욕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긋지긋한 요요 현상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책에서는 첫 임신 후 불어난 체중이
좀처럼 빠지지 않았던 한 여성 이야기나
위 우회술을 되돌린 환자들이 수술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사례를 언급합니다.
이를 통해 세트 포인트의 강력한 힘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신비로운 ‘세트 포인트‘는
어디서 조절되는 걸까요?
바로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시상하부‘라는 작은 기관입니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처럼 체중 또한 이 세트 포인트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세트 포인트는 한번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기간 과식을 하거나 체중이 늘어난
상태가 유지되면 그 높은 체중이 새로운
세트 포인트로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고장 난 온도 조절 장치가 계속 높은
온도만 기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한번 올라간 세트 포인트를
다시 낮추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트 포인트 사수 호르몬 군단의 활약
우리 몸의 ‘세트 포인트‘를 철통같이
지키는 데에는 다양한 호르몬들의
활약이 숨어있습니다.
마치 성을 지키는 용감한 군단처럼
이 호르몬들은 식욕을 조절하고
에너지 균형을 맞춥니다.
설정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작전을 펼칩니다.
그중 대표적인 두 주역 그렐린과 렙틴의
흥미진진한 밀고 당기기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식욕 촉진 사령관 그렐린
“꼬르륵~” 배가 고플 때 나는 소리
익숙하실 겁니다.
이 신호와 함께 우리 몸에서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주로 텅 빈 위에서 만들어지는 그렐린은
‘배고픔 호르몬‘이라는 별명답습니다.
뇌로 달려가 “지금 당장 음식을 섭취하라!”는
강력한 명령을 내립니다.
단순히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그렐린은 우리 뇌의 보상 중추를 자극해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키웁니다.
책에서는 금연 후 식욕이 늘어
다른 것에 중독된 듯한 모습을 보인
한 여성 사례가 나옵니다.
위 우회술 후 알코올 중독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를 언급하며 그렐린과
보상 시스템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역설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비만한 사람들의 경우
공복 시 혈중 그렐린 농도가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는 그렐린 민감도가 떨어져 더 많은 양이
분비되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이는 “더 먹어야 해!”라고 외치는 사령관의
목소리가 이미 충분히 먹었는데도
계속 더 크게 울려 퍼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몸은 진화 과정에서 굶주림에
대비하도록 설계되었을지 모릅니다.
일단 확보된 에너지는 쉽게 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뇌’의 명령에 따라 높은 체중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일 수 있습니다.
풍요로운 환경보다 결핍된 환경에 익숙했던
우리 조상들의 생존 본능이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독이 되는 셈입니다.
포만감 전달 파수꾼 렙틴
그렐린이 식욕의 액셀러레이터라면
‘렙틴‘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우리 몸의 지방 세포에서 주로 분비되는
렙틴은 ‘포만감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뇌에 “이제 충분히 먹었으니 그만 먹어도 돼!”
라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억제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실제로 1940년대 한 실험에서 유전적 결함으로
렙틴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ob 생쥐’는
끝없이 먹어대며 엄청나게 뚱뚱해졌습니다.
이는 렙틴이 식욕 조절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렙틴 유전자 변이가
극심한 식탐과 비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렙틴을 약으로 만들어 투여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비만인에게서
‘렙틴 저항성‘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인슐린 저항성처럼 혈액 속에
렙틴이 충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뇌가 그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무리 “배불러!”라고 외쳐도 뇌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니 계속해서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우리 몸은 살이 빠지는 것보다 살이 찌는 것을
선호하도록 진화해왔다는 책의 설명처럼
렙틴 파수꾼마저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면
체중 조절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그렐린과 렙틴 그리고 PYY 같은
다른 소화관 호르몬들은 줄다리기를 하듯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배고픔과 포만감 그리고
궁극적으로 체중을 ‘세트 포인트‘ 주변으로
유지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트 포인트 과연 운명일까
이쯤 되면 “아 역시 내 의지 문제가 아니었어!
이놈의 세트 포인트 때문이었구나!” 하며
안도감과 함께 약간의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몸이 이렇게나 정교하고 강력하게
설정된 체중을 지키려고 애쓴다니
정말 ‘물만 마셔도 찌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요?
풍요 속 역설 내 몸은 아직 기근 모드
우리의 유전자는 수백만 년 동안 굶주림과
싸우며 생존해 온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풍요의 시대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달콤하고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은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일 일은 점점 줄어들고
밤늦도록 깨어있는 생활 패턴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호르몬 균형마저
깨뜨리고 있습니다.
책의 표현처럼 우리는 ‘새로운 지상낙원’에서
‘오래된 선택’을 반복하며 살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빈 칼로리’ 음식들은
우리 몸의 고대 생존 본능을 자극해
자꾸만 더 먹게 만듭니다.
결국 세트 포인트를 야금야금 높여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굳게 닫힌 세트 포인트의 문 희망은
한번 올라간 세트 포인트를 다시 낮추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다행히도 희망은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은 변화를 싫어하고 특히나 낮아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방해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는 극단적 비만 환자를 위한
마지막 수단인 위 우회술 같은 수술이
실제로 지속적인 체중 감량과 함께
호르몬 수치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언급합니다.
이는 세트 포인트가 매우 강력하지만
극적인 개입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 사례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에게 수술은
너무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좀 더 부드럽지만 꾸준한 방법은
없을까요?
마치 단단한 스프링을 억지로 구부리면
부러지거나 원래대로 튕겨 나갑니다.
하지만 천천히 열을 가하고 모양을 잡으면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의 세트 포인트에도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식단의 질을 높이는 방법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어떤 음식’을 먹느냐입니다.
가공식품이나 설탕이 많이 든 음식
‘빈 칼로리’ 음식들은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거짓 배고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질 좋은 단백질 건강한 지방이 포함된
통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보세요.
이러한 음식들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혈당을 안정시켜 급격한 식욕 변화를
막아줍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
즉 ‘마음챙김 식사’ 또한 내가 정말 배가
고픈 것인지 다른 감정 때문에 먹고 싶은지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즐거운 신체 활동 찾기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등
전반적인 호르몬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억지로 하기 싫은 운동을 하는 것보다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춤추기 등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도
무엇이든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셋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식욕 조절 호르몬인 그렐린과 렙틴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살이 쉽게 찌는 체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침실 환경을 숙면에 적합하게 만들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등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명상 요가 심호흡 취미 활동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 작은 습관
이런 노력들은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실천하면
우리 몸은 서서히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급해하지 않고 내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푸념 속에는
어쩌면 우리 몸의 복잡하고 정교한
호르몬 조절 시스템 특히 ‘세트 포인트‘라는
강력한 영향력이 숨어있었을지 모릅니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 내 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비록 세트 포인트를 바꾸는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혜로운 생활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세요.
분명 더 건강하고 활기찬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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