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혈액검사, 체혈 결과 언제 받아야 가장 정확할까?

혈액 검사 언제 받아야 가장 정확할까

원장님 작년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올랐네요.
커피를 줄이셔야겠어요.

선생님 혈당이 경계선에 가까운데요.
운동 시작하셔야 합니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 혈액 검사 결과를 들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할 때면 긴장되곤 합니다.
마치 성적표를 받아드는 학생처럼 말입니다.

혈액 한 방울에는 우리 몸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수많은 정보 즉 다양한 생체 지표(Bio-marker)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생체 지표들은 우리 몸의 건강 신호등과 같습니다.
특정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건강 이상을 알리는
경고를 보내줍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침 일찍 공복 상태에서 피를 뽑았을 때와
오후 늦게 활동 후 피를 뽑았을 때
혈액 속 생체 지표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마치 아침과 저녁 몸무게가 조금씩 차이 나듯
우리 혈액 검사 결과도 채혈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그 흥미로운 비밀을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과연 건강검진 혈액검사는 언제 받아야
가장 정확한 내 몸 상태를 알 수 있을지 그 힌트를 찾아봅시다.

내 몸의 시계 하루에도 변하는 혈액 수치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역동적인 시스템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몸속에는 약 24시간 주기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가 존재합니다.

바로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입니다.
잠자고 깨는 시간 호르몬 분비 체온 변화 등입니다.

이 일주기 리듬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우리 몸의 다양한 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이끕니다.

놀랍게도 혈액 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생체 지표
즉 단백질이나 호르몬 같은 물질 농도 역시
이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하루 중에도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바로 이 시간이라는 변수가
우리 혈액 속 특히 심혈관 건강 관련 주요 생체 지표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건강한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충분한 잠(8.5시간/밤)을 잤을 때와 잠을 절반(4.25시간/밤)으로 줄였을 때
각각 아침과 저녁에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Olink라는 최첨단 정밀 분석 기술로 88가지 심혈관 관련
단백질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마치 하루 동안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파티의
참석자 명단이 시간대별로 그리고 전날 밤 컨디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엿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아침 혈액과 저녁 혈액 무엇이 다를까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예상대로 아침에 채취한 혈액과 저녁에 채취한 혈액 속에서는
여러 생체 지표들의 수치가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특정 단백질들이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더 많이 만들어지거나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다른 시간에는 상대적으로
그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1: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농도 변화가 관찰된 혈액 내 물질 예시
(논문 Table S1 A-B 및 본문 내용 기반)

마치 어떤 가게는 아침 일찍 문을 열어 분주하고
어떤 가게는 저녁 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몸속의 작은 일꾼들인 단백질들도 각자의 활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수면 부족 시 몸속 시계 고장 변화 폭 증가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하루 중 생체 지표 변화의 폭이
전날 밤 잠을 얼마나 잘 잤는지에 따라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연구 결과 잠을 절반으로 줄인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충분히 잠을 잤을 때보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
농도 변화를 보이는 단백질 종류가 더 많았습니다.

수면 부족 시 33% 대 정상 수면 시 18%였습니다.

이는 수면 부족이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내부 시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체 지표들의 하루 중 활동 패턴을 더욱 불규칙하게 만들거나
그 변화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시계 태엽이 풀려 시간이 제멋대로 가거나
알람이 엉뚱한 시간에 울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잠을 설친 다음 날 유난히 몸이 붓거나 특정 시간에
피로감이 심하게 몰려오는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몸속 생체 시계의 교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혈액 검사 골든 타임은 언제일까

자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질문입니다.
건강검진 혈액검사는 과연 언제 받아야 가장 정확한
내 몸 상태를 반영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번 연구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몇 시에 피를 뽑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개인마다 생활 패턴과 일주기 리듬이 조금씩 다르고
혈액 속 수많은 생체 지표들이 각기 다른 시간대별
변화 패턴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떤 항목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서도
최적의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몇 가지 힌트를 줍니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정 시간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는 가능하다면
매번 건강검진 시 비슷한 시간대에 채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하여 내 몸의 변화 추세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검사 전 컨디션 조절이 핵심이다

특히 검사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 부족은 생체 지표의 일주기 리듬을 교란시키고
변화 폭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건강검진이 아침 공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음식물 섭취로 인한 혈당이나 지방 수치 급격한 변화를
최소화하고 비교적 일정한 생리적 상태에서 검사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어느 정도 시간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동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몸은 항상 변합니다.
특정 시점에 측정한 혈액 수치는 그 순간의 스냅 사진일 뿐
내 몸의 전체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 한 번의 검사 결과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그 수치가 나오게 된 배경 즉 최근 컨디션 생활 습관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더 정확한 혈액 검사 결과를 위한 노력

그렇다면 우리는 더 정확하고 의미 있는 혈액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검사 전날 밤 꿀잠 자기

최소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은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안정시키고 혈액 수치의 불필요한 변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채혈 시간 일정하게 맞추기

매년 받는 건강검진이라면 가능한 비슷한 시간대에
검사를 받도록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최근 생활 패턴 알려주기

검사 결과를 상담할 때 최근 잠을 잘 못 잤다거나
스트레스가 심했다거나 평소와 다른 식사를 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의사 선생님이 결과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수치에 너무 좌우되지 않기

특정 수치가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면 너무 불안해하거나
안심하기보다는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일정 기간 후 재검사를 고려하거나 장기적인 변화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몸의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는 지혜

이번 연구는 우리가 건강검진 결과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몸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혈액 속에 담긴 수많은 건강 신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입니다.

또한 시간과 우리의 생활 습관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건강검진은 단순히 정상 혹은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닙니다.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읽어내고 더 건강한 삶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오늘부터라도 내 몸의 일주기 리듬을 존중하고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생체 시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가장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내 몸 설명서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 Brandão, L. E. M., Zhang, L., Grip, A., Hong, M. G., Kåks, E., Benfeitas, R., … & Cedernaes, J. (2025). The overlooked trio: sleep duration, sampling time and physical exercise alter levels of olink-assessed blood biomarkers of cardiovascular risk. Biomarker Research, 13(1), 67. https://doi.org/10.1186/s40364-025-00776-0